개발/일기장

현상으로 자신을 정의하지 말자

Malachai Lee 2024. 4. 1. 00:52


한국인의 문장들은 참 특이하다.
무언갈 소유하지 않고서는 자기 자신을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타인에게 자기 자신을 설명할 때나 누군가 나에 대해서 입을 열 때 하나같이 하는 말들은 무언가를 가졌는지에 관심이 있다.

그 사람 집 있어?
애인은 있으신가요?
어디 회사 다녀요?

외국에서의 문장은 사뭇 다르다.
소유의 개념이 아닌 행동을 통해 누군가에 대해 소개받는다.

Where do you live?
Are you seeing someone?
What do you do for a living?

애초에 외국에선 이런 질문들을 프라이버시라 생각하고 남들에게 함부로 말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문을 이루는 문장의 느낌은 사뭇 다르다.

최근 한국의 행복 지수는 전세계에서 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소유를 자신의 행복의 기준으로 삼고 사랑의 기준으로 삼아서 그렇게 불행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쉽게 변하는 물질과 현상을 사랑한다면 그 사랑도 쉽게 변하지 않겠는가. 쉽고 빠른 혼돈이다.

요즘 유튜브에는 "남자친구가  싫어하는 10가지 행동", "여자친구가 ~~하는데, 절 사랑하지 않는걸까요?" 라는 콘텐츠들이 많다.
어떠한 현상을 통해 세상의 모두를 정의하고 싶어 하는 현대인의 그릇된 남성성일까 재미있는 상상을 해본다.
무한하게 많은 자연의 인과와 불확실성에 비해 특정 하나의 현상으로 세상을 이해한다는 것은 위험하고 철 없는 행동이다.
단순하게 입력을 넣으면 빠르게 출력이 나오는 컴퓨터와는 다르게, 오랜 시간의 자기검열과 가설-실험을 통해 세상을 이해해야 한다.

모든것은 변하지만 속도는 다를 수 있다.
휘몰아쳤다가 잔잔해지는 바닷물과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키는 산과 같이 말이다.
하지만 대체로 사람들이 인식하는 많은 것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편이다. 그렇기에 더 관심을 가진다.
비트코인의 가격이나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같이 빠르게 변하는 것들에 사람들은 열광하고 탄식한다.

현상으로 자신을 정의하지 말자.

자존감의 세가지 요소 중 자기통제감에 관한 것이다.
내가 가진 주식의 가격과 번듯한 직장, 비싼 자가용과 같이 변화하는 현상을 통해 자신을 대변하고 정의한다면, 전혀 원치 않았음에도 언젠가 몰아칠 세상의 시험과 욕망의 굴레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릴 수 있겠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나뿐이니, 나에게서 변하지 않는 가치와 원한다면 변화할 수 있는 힘을 알고 사랑하자. 현상이 아닌 행동이다.

나의 예술적인 감각으로 꾸미는 집을
나의 성숙하고 미성숙한 행동을 사랑하는 애인을
문제에 몰두하며 해결하면 기뻐하는 직장을

궁금해 하는 나와 친구는 정말 소중한 사람이겠다.

'개발 > 일기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호를 위한 인정을 위한 기호  (0) 2022.06.07
불공정 거래  (0) 2022.04.26
개발자의 경쟁력  (0) 2022.04.23